빛과 인간의 시각
디스플레이는 결국 사람의 눈을 위해 존재한다. 몇 nit가 "충분히 밝은" 것인지, 몇 PPI면 픽셀이 사라지는지, 몇 Hz면 깜빡임이 보이지 않는지 같은 디스플레이 사양의 답은 모두 눈의 생리와 지각에서 나온다. 이 장에서는 빛을 재는 측광 단위와, 해상도·대비·시간·순응으로 나눈 눈의 성능 한계를 직접 만져 보며 정리한다.
- 원뿔세포(L/M/S)와 막대세포의 분광 감도를 이해하고, 같은 와트라도 파장에 따라 밝기가 다른 이유를 \(V(\lambda)\)와 683 lm/W로 설명할 수 있다.
- 광속(lm)·광도(cd)·조도(lux)·휘도(cd/m², nit)를 구분하고, 휘도가 시청 거리와 무관한 이유를 램버시안 발광체로 설명할 수 있다.
- 명소시·박명시·암소시, 푸르킨예 현상, 동공과 트롤랜드(troland)를 이용해 밝기 환경에 따른 눈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 베버–페히너 법칙과 CIE L*로 밝기 지각의 비선형성을 이해하고, 감마 부호화가 왜 필요한지 예고할 수 있다.
- 시력(1 arcmin), 대비 감도 함수(CSF), PPD, 임계 융합 주파수(CFF)로 해상도·주사율 사양의 근거를 계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눈을 위한 장치
카메라 센서는 광자를 세어 숫자로 저장하면 끝이지만, 디스플레이는 숫자를 다시 빛으로 바꿔 사람의 망막에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공학의 모든 목표치는 "눈이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묶여 있다. 눈이 구별할 수 없는 색 차이, 해상도, 깜빡임은 아무리 비싸게 개선해도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눈이 민감한 부분은 아주 작은 결함도 바로 불량이 된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 즉 가시광(visible light)은 전자기파 가운데 파장 약 380–780 nm의 아주 좁은 구간이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의미 있는 감도는 400–700 nm에 몰려 있다. 디스플레이의 R/G/B 원색이 대략 630 nm, 530 nm, 460 nm 근처에 놓이는 것도 이 범위 안에서 눈의 세 가지 색 수용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다.
눈은 카메라와 구조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 각막과 수정체가 렌즈, 홍채가 조리개, 망막이 이미지 센서 역할을 한다. 망막에는 두 종류의 광수용체가 있다. 원뿔세포(cone)는 약 600만 개로 밝은 곳에서 색과 정밀한 형태를 담당하고, 망막 중심의 중심와(fovea)에 빽빽하게 모여 있다. 막대세포(rod)는 약 1억 2천만 개로 매우 민감하지만 색을 구분하지 못하며, 중심와에는 거의 없고 주변부에 많다.
원뿔세포는 감도가 최대인 파장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L(long, 약 565 nm), M(medium, 약 540 nm), S(short, 약 445 nm)다. 흔히 "적·녹·청 원뿔"이라 부르지만 L과 M의 곡선은 크게 겹쳐 있고, L의 최대점은 사실 황록색이다. 중요한 점은 각 원뿔은 파장을 모른다는 것이다. 원뿔 하나는 흡수한 광자 수만 출력하므로, 서로 다른 스펙트럼이라도 L·M·S 세 값이 같으면 똑같은 색으로 보인다. 이것이 등색(metamerism)이며, R/G/B 세 가지 빛만으로 노란색을 "흉내" 내는 모든 디스플레이의 원리다(2장).
원뿔세포 반응과 등색: 단색광 vs R+G 혼합
L:M:S 원뿔의 개수 비는 대략 10:5:1이다. S 원뿔은 수가 적고 중심와 한가운데에는 거의 없어서, 사람은 청색 채널의 공간 해상도에 둔감하다. 펜타일처럼 청색 서브픽셀을 덜 배치하는 배열(3장)이나 크로마 서브샘플링(4:2:0)이 큰 화질 손실 없이 통하는 생리학적 근거다.
방사량과 측광량: 와트가 아니라 루멘
빛의 양을 재는 체계는 두 가지다. 방사량(radiometry)은 물리적인 에너지를 와트(W) 단위로 그대로 잰다. 측광량(photometry)은 같은 에너지를 사람 눈의 감도로 가중해서 잰다. 디스플레이 사양서의 "500 nits", "1000 lux 환경" 같은 숫자는 모두 측광량이다.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시감 효율 함수(luminous efficiency function) \(V(\lambda)\)다. 1924년 CIE가 표준화했으며, 밝은 환경에서 555 nm 녹색에 대한 감도를 1로 둔다.
측광량은 기하학적으로 네 가지가 있다. 광원 전체에서 나오는 빛의 총량이 광속, 특정 방향으로 단위 입체각당 나가는 양이 광도, 어떤 면에 단위 면적당 도착하는 양이 조도, 발광면이 특정 방향으로 단위 면적·단위 입체각당 내보내는 양이 휘도다.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휘도다. 눈이 화면의 한 점을 볼 때 느끼는 밝기가 바로 휘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 측광량 | 기호 · 단위 | 대응 방사량 (단위) | 디스플레이에서의 예 |
|---|---|---|---|
| 광속 (luminous flux) | Φv · lm | 방사속 Φe (W) | 백라이트 LED 하나의 출력, 프로젝터 "3000 안시 루멘" |
| 광도 (luminous intensity) | Iv · cd = lm/sr | 방사 강도 (W/sr) | LED 칩의 정면 광도, 배광 분포 |
| 조도 (illuminance) | Ev · lx = lm/m² | 방사 조도 (W/m²) | 사무실 300–500 lx, 맑은 날 야외 10⁵ lx (주변광 명암비, 13장) |
| 휘도 (luminance) | Lv · cd/m² = nit | 방사 휘도 (W/(sr·m²)) | SDR 백색 100–300 nit, HDR 피크 1000 nit 이상 |
같은 1 W, 다른 밝기: V(λ) 루멘 계산기
555 nm 단색광만 683 lm/W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녹색 한 가지로는 흰색을 만들 수 없다. 380–780 nm에 고르게 퍼진 "등에너지 백색"은 약 180 lm/W, 색 재현을 적당히 희생한 최적화 백색이라도 300 lm/W 남짓이 이론 한계다. 실제 백색 LED의 "벽 플러그 효율"이 150–200 lm/W라는 것은 꽤 한계에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7장).
휘도의 직관: 왜 거리와 무관한가
모니터에서 멀어지면 화면이 어두워질까? 경험상 화면은 작아질 뿐 밝기는 그대로다. 이것이 휘도의 핵심 성질이다. 대부분의 디스플레이와 종이, 흰 벽은 램버시안(Lambertian) 발광면(또는 반사면)에 가깝다. 램버시안 면의 광도는 \(I(\theta) = I_0\cos\theta\)로 비스듬할수록 줄어들지만, 보이는 면적도 \(A\cos\theta\)로 똑같이 줄어서 휘도는 어느 방향에서 보든 같다.
거리에 대해서도 같은 상쇄가 일어난다. 화면에서 거리 \(d\)만큼 떨어지면 동공에 도착하는 빛(동공 조도)은 \(1/d^2\)로 줄지만, 망막에 맺힌 화면 상의 면적도 \(1/d^2\)로 줄어든다. 결국 망막의 단위 면적당 빛, 즉 망막 조도는 휘도에만 비례하고 거리와 무관하다. 이것이 디스플레이 밝기를 lm이나 lux가 아닌 nit로 표기하는 이유다.
거리를 바꿔도 화면은 어두워지지 않는다
실제 휘도는 몇 자릿수에 걸쳐 있다. 아래 표와 그림은 일상의 휘도와 디스플레이 휘도를 비교한 것이다. 사람의 눈은 별빛 아래 \(10^{-4}\) cd/m²부터 한낮의 구름 \(10^4\) cd/m²까지, 순응을 포함하면 약 \(10^{12}\)배(12 자릿수)의 범위에서 작동한다. 반면 한 장면 안에서 동시에 구분할 수 있는 범위는 약 \(10^4\)배 정도다. 이 간극이 HDR 디스플레이와 톤 매핑의 출발점이다(12장).
| 대상 | 휘도 (cd/m²) | 비고 |
|---|---|---|
| 달 없는 밤하늘 | ≈ 10⁻⁴ | 막대세포만 작동 (암소시) |
| 보름달 아래 흰 종이 | ≈ 0.05 | 박명시, 색이 흐려짐 |
| OLED 다크 모드 최저 밝기 | 1–2 | 침실 야간 사용 |
| 영화관 스크린 (DCI) | 48 | 암실 기준 "14 fL" |
| SDR 모니터·노트북 백색 | 250–400 | sRGB 기준 백색은 80–120 nit |
| 스마트폰 수동 최대 / 야외 HBM | 500–800 / 1500–2600 | 직사광 아래 가독성용 고휘도 모드 |
| HDR TV 피크 (작은 창) | 1000–4000 | 전화면은 ABL로 수백 nit (12장) |
| 맑은 날 푸른 하늘 / 흰 구름 | ≈ 5000 / 10⁴ | 야외 사이니지는 2500–5000 nit |
| 태양 표면 (지표에서) | ≈ 1.6 × 10⁹ | 직시 금지, 망막 손상 |
명소시·박명시·암소시와 푸르킨예 현상
밝을 때는 원뿔이, 어두울 때는 막대가 시각을 맡는다. 원뿔이 주도하는 명소시(photopic vision)의 감도는 \(V(\lambda)\)로 555 nm에서 최대다. 막대만 작동하는 암소시(scotopic vision)의 감도 \(V'(\lambda)\)는 507 nm에서 최대이고 최대 시감 효능은 1700 lm/W에 이른다. 감도 곡선이 청색 쪽으로 약 50 nm 이동하기 때문에, 해 질 녘에는 빨간 꽃이 먼저 어두워지고 파란 잎이 상대적으로 밝아 보인다. 이것이 푸르킨예 현상(Purkinje shift)이다. 그 사이의 박명시(mesopic vision)는 두 곡선의 가중 혼합으로 모델링한다.
또 하나의 조절 장치는 동공이다. 동공 지름은 밝은 곳에서 약 2 mm, 어두운 곳에서 약 8 mm로 변해 면적으로 약 16배를 조절한다. 망막에 실제로 도달하는 빛은 휘도와 동공 면적의 곱이며, 이를 트롤랜드(troland, td)라는 단위로 쓴다. 시각 실험에서 깜빡임 문턱이나 대비 감도를 비교할 때는 nit보다 트롤랜드가 더 본질적인 변수다.
푸르킨예 이동: 순응 휘도에 따른 감도 곡선과 빨강·파랑의 밝기
"휘도 1 cd/m²"는 명소시 \(V(\lambda)\)로 정의된다. 그래서 박명시·암소시 환경에서는 같은 nit라도 청색이 많은 화면이 더 밝게 보인다. 자동차 계기판이나 야간 모드 UI를 설계할 때 nit 수치만 맞추면 실제 체감과 어긋날 수 있다. 또 2° 시야로 측정한 1924년 \(V(\lambda)\)는 청색 영역 감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청색 원색이 많이 포함된 넓은 색역 디스플레이에서는 측정과 체감 사이에 작은 오차가 생긴다.
밝기 지각: 베버–페히너에서 L*까지
휘도를 2배로 올려도 "2배 밝다"고 느끼지 않는다. 1834년 베버는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최소 변화량 \(\Delta L\)이 원래 자극 \(L\)에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명소시 넓은 범위에서 휘도의 베버 비(Weber fraction)는 약 1–2%로 거의 일정하다. 이 관찰을 적분하면 페히너의 로그 법칙이 나온다.
스티븐스는 1950년대에 사람에게 밝기를 직접 숫자로 매기게 하는 실험으로 멱함수 법칙(Stevens' power law) \(B \propto L^{a}\)를 제안했다. 지수 \(a\)는 조건에 따라 0.33–0.5 정도다. 로그와 멱함수는 모양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두운 쪽 변화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 표준 지각 밝기 척도가 CIE 1976 명도 L*(lightness)로, 사실상 세제곱근(지수 1/3) 멱함수다.
이 비선형성은 디스플레이 신호 설계에 결정적이다. 8비트(256단계) 코드를 휘도에 선형으로 배분하면, 밝은 쪽은 한 단계가 0.4%로 베버 비보다 촘촘해 낭비되고, 어두운 쪽은 1단계와 2단계 사이가 100% 차이로 띠(밴딩)가 뚜렷이 보인다. 그래서 코드값을 지각 밝기에 가깝게, 즉 \(V \approx L^{1/2.2}\)로 배분한다. 이것이 감마 부호화(gamma encoding)이며, HDR의 PQ 곡선은 이 원리를 0.0001–10000 nit 범위로 확장한 것이다(12장).
계조 사다리: 휘도 균등 vs 지각 균등
시력과 대비 감도: 1 arcmin과 CSF
눈의 공간 해상도는 각도로 말한다. 정상 시력 1.0(20/20)은 시각 1분(1 arcmin = 1/60°) 크기의 틈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중심와 원뿔의 간격이 약 0.5 arcmin이므로, 나이퀴스트 표본화로 보면 한 주기(밝은 줄 + 어두운 줄)가 1 arcmin인 약 60 cpd까지 이론상 구분할 수 있다. 실제로는 광학 수차와 회절 때문에 고대비 격자에서 30–60 cpd 정도가 한계다.
그러나 "보이느냐"는 해상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대비가 낮으면 굵은 줄무늬도 안 보이고, 대비가 높으면 가는 줄도 보인다. 각 공간 주파수에서 겨우 보이는 문턱 대비의 역수를 그린 것이 대비 감도 함수(CSF, Contrast Sensitivity Function)다. 사람의 CSF는 3–6 cpd에서 최대(문턱 대비 0.3–0.5%)인 띠통과 모양이다. 낮은 주파수에서 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망막의 측면 억제(lateral inhibition) 때문이고, 높은 주파수에서 떨어지는 것은 광학 흐림과 원뿔 간격 때문이다.
캠벨–롭슨 차트: 내 눈의 CSF를 직접 보기
PPD와 "레티나" 조건
스마트폰의 PPI(인치당 픽셀)는 400을 훌쩍 넘지만 65인치 4K TV는 약 68 PPI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둘 다 "픽셀이 안 보인다". 비결은 시청 거리다. 눈에게 중요한 것은 길이당 픽셀이 아니라 시각 1°당 픽셀 수, 즉 PPD(pixels per degree)다.
PPD · 레티나 거리 계산기
| 기기 (예) | 해상도 | PPI | 시청 거리 | PPD |
|---|---|---|---|---|
| 6.1″ 스마트폰 | 2556×1179 | ≈ 460 | 30 cm | ≈ 95 |
| 14″ 노트북 | 2880×1800 | ≈ 243 | 50 cm | ≈ 84 |
| 27″ QHD 모니터 | 2560×1440 | ≈ 109 | 60 cm | ≈ 45 |
| 27″ 4K 모니터 | 3840×2160 | ≈ 163 | 60 cm | ≈ 67 |
| 65″ 4K TV | 3840×2160 | ≈ 68 | 2.5 m | ≈ 117 |
| VR 헤드셋 (한쪽 눈) | ≈ 2000×2000 | ≈ 1200 | 렌즈 확대 | ≈ 20–35 |
시간 특성: 임계 융합 주파수와 플리커
형광등이나 PWM으로 디밍하는 화면은 실제로는 초당 수십–수천 번 깜빡이지만, 충분히 빠르면 우리는 일정한 빛으로 느낀다. 깜빡임이 사라지고 하나로 합쳐 보이는 최저 주파수가 임계 융합 주파수(CFF, Critical Flicker Fusion frequency)다. CFF보다 빠른 깜빡임은 시간 평균 밝기로 지각되는데, 이를 탤벗–플라토 법칙(Talbot–Plateau law)이라 한다. 듀티비 25%로 1000 nit를 깜빡이면 250 nit로 보인다는 뜻이다.
CFF는 고정값이 아니다. 밝을수록 높아지며, 망막 조도의 로그에 비례한다는 것이 페리–포터 법칙(Ferry–Porter law)이다. 또 깜빡이는 영역이 넓을수록, 주변시일수록 CFF가 높다(그래니트–하퍼 법칙). 정면으로 볼 때 괜찮던 60 Hz 화면이 곁눈으로 보면 깜빡이는 이유다.
깜빡이는 패치: 주파수·변조·밝기와 CFF
CFF는 고정된 시선으로 본 균일 패치의 문턱이다. 눈을 빠르게 움직이면(단속 운동, saccade) 수백 Hz–수 kHz PWM도 점선 잔상(팬텀 어레이 효과)으로 보일 수 있고, 지각되지 않는 플리커도 일부 사람에게는 두통과 눈의 피로를 일으킨다. 그래서 IEEE 1789는 주파수와 변조 깊이를 함께 제한하는 권고를 둔다. 디스플레이의 PWM 디밍, 주사율, 홀드형 모션 블러와 흑삽입은 11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순응과 대비 착시
극장에 들어가면 처음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몇 분 뒤 좌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순응(dark adaptation)이다. 원뿔은 5–7분 만에 빠르게 적응하지만 감도 향상이 작고, 막대는 30분 이상 걸리지만 감도를 수만 배 올린다.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을 막대–원뿔 교차점(rod–cone break)이라 한다. 반대로 밝은 곳으로 나갈 때의 명순응(light adaptation)은 1분 이내로 훨씬 빠르다. 자동 밝기 조절 알고리즘이 어두워질 때는 천천히, 밝아질 때는 빠르게 반응하도록 설계되는 이유다.
암순응 스텝퍼: 불을 끈 뒤 30분
순응은 밝기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노란 백열등 아래에서도 흰 종이는 희게 보인다. 원뿔 L·M·S가 각자 주변 평균에 맞춰 이득을 조절하기 때문이며, 이를 색순응(chromatic adaptation)이라 한다. 가장 단순한 모델은 각 원뿔 신호를 백색 자극의 원뿔 신호로 나누는 폰 크리스(von Kries) 변환이다. 스마트폰의 주변광 색온도 맞춤 기능(True Tone 등)은 이 원리를 이용해 화면 백색점을 주변 조명 쪽으로 옮긴다(2장).
눈은 절대 휘도보다 주변과의 비에 반응한다. 같은 회색이라도 어두운 배경 위에서는 밝아 보이고, 밝은 배경 위에서는 어둡게 보인다. 이것이 동시 대비(simultaneous contrast)다. 색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 회색이 배경의 보색 쪽으로 물들어 보인다. 디스플레이에서 동시 대비는 양날의 칼이다. 로컬 디밍의 헤일로가 어두운 배경에서 더 도드라지고(7장), 균일도 측정값은 같아도 배경 패턴에 따라 무라가 다르게 보인다.
동시 대비 착시: 같은 회색, 다른 밝기
휘도계는 화면의 한 점을 절대값으로 재지만, 사람은 주변과의 비, 순응 상태, 공간 주파수를 함께 본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화질 평가는 측정값(18장)과 함께 CSF·순응 모델을 반영한 지각 지표를 쓴다. 이 장의 모델은 그런 지표들의 공통 재료다.
눈의 한계에서 디스플레이 사양으로
지금까지 본 눈의 특성은 디스플레이 사양표의 거의 모든 줄에 대응된다. 아래 그림은 이 책의 나머지 장들이 이 장의 어떤 "눈의 숫자"에서 출발하는지 보여 준다.
| 눈의 특성 | 대표 값 | 디스플레이 설계 결과 |
|---|---|---|
| 명소시 감도 최대 | 555 nm, 683 lm/W | 녹색 원색이 휘도의 약 70%를 담당 (sRGB: Y = 0.21R + 0.72G + 0.07B) |
| 베버 비 | 1–2% | SDR 8비트 + 감마 2.2, HDR 10–12비트 + PQ |
| 중심와 시력 | 1 arcmin (60 PPD) | 폰 400–550 PPI @ 30 cm, 레티나 거리 계산 |
| CSF 최대 | 3–6 cpd, 문턱 대비 ≈ 0.3–0.5% | 무라·밴딩·디더링 허용치 |
| CFF (밝은 대면적) | 60–80 Hz | 주사율 60 Hz 이상, PWM 수백 Hz–kHz |
| 동시 동적 범위 | ≈ 10⁴ : 1 | HDR 명암비 목표, 로컬 디밍 구역 수 |
핵심 정리
- 가시광은 약 380–780 nm다. 원뿔세포 L(≈565 nm)·M(≈540 nm)·S(≈445 nm)는 흡수한 광자 수만 출력하므로, L·M·S 응답이 같으면 스펙트럼이 달라도 같은 색으로 보인다(등색). 이것이 RGB 디스플레이의 원리다.
- 측광량은 방사량에 \(V(\lambda)\)와 \(K_m = 683\) lm/W를 곱한 값이다. 같은 1 W라도 555 nm 녹색은 683 lm, 460 nm 청색은 약 40 lm에 그친다.
- 광속(lm)·광도(cd)·조도(lux)·휘도(cd/m² = nit)는 각각 총량·방향당·받는 면적당·보이는 면적과 방향당 양이다. 디스플레이 밝기는 휘도로 표기한다.
- 램버시안 면의 휘도는 보는 각도와 거리에 무관하다. 망막 조도가 휘도에만 비례하기 때문이며, 점광원만 \(1/d^2\)로 어두워진다.
- 명소시(\(V\), 555 nm)·박명시·암소시(\(V'\), 507 nm, 1700 lm/W)에 따라 감도 곡선이 이동한다(푸르킨예 현상). 망막 조도는 트롤랜드 = 휘도 × 동공 면적(mm²)이다.
- 밝기 지각은 로그(페히너) 또는 멱함수(스티븐스, L* ≈ \(Y^{1/3}\))로 어두운 쪽에 민감하다. 감마 부호화는 한정된 비트를 지각적으로 고르게 쓰기 위한 것이다.
- 시력 1 arcmin은 60 PPD에 해당한다. \(\text{PPD} \approx d\pi/(180p)\)로 시청 거리와 픽셀 피치를 함께 따져야 하며, CSF는 3–6 cpd에서 최대인 띠통과 특성이다.
- CFF는 망막 조도의 로그에 비례해 증가하며(페리–포터) 밝은 대면적에서 60–80 Hz에 이른다. CFF 이상의 깜빡임은 시간 평균 밝기로 보인다(탤벗–플라토).
- 암순응은 원뿔 약 7분, 막대 30분 이상 걸리며, 색순응(폰 크리스)과 동시 대비 때문에 지각은 절대 휘도보다 주변과의 비에 좌우된다.
확인 퀴즈
Q1. 출력이 똑같이 1 W인 단색 광원 세 개(460 nm, 555 nm, 630 nm) 중 가장 밝게 보이는 것과 그 광속에 가장 가까운 값은?
Q2. 500 nit 모니터 앞에서 거리를 1 m에서 2 m로 늘렸다. 눈이 느끼는 화면 밝기(망막 조도)는?
Q3. 해 질 녘 정원에서 붉은 장미는 검게 보이는데 파란 꽃은 상대적으로 밝아 보였다. 가장 적절한 설명은?
Q4. 8비트 코드를 휘도에 선형으로 배분(코드 1 = 1/255, 코드 2 = 2/255 …)하면 생기는 문제로 옳은 것은?
Q5. 픽셀 피치 0.233 mm(약 109 PPI)인 27″ QHD 모니터가 "레티나"(PPD 60)가 되는 최소 시청 거리에 가장 가까운 값은?
Q6. 대비 감도 함수(CSF)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Q7. 피크 1000 nit, 듀티비 30%로 PWM 디밍하는 화면을 PWM 주파수 2 kHz로 볼 때, 응시 상태에서 지각되는 밝기와 이유는?
Q8. 같은 60 Hz 깜빡임이 정면 작은 표시등에서는 안 보이지만 곁눈으로 본 큰 밝은 화면에서는 보이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