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응답과 모션 화질
정지 화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디스플레이도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흐려지고, 끊기고, 찢어지고, 깜빡인다. 이 장에서는 디스플레이를 시간 축에서 바라본다. 화소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응답 시간)와, 바뀐 뒤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홀드 시간)가 눈의 추적 운동과 만나 어떤 화질을 만드는지 시뮬레이터로 직접 확인한다. 이어서 오버드라이브, 흑삽입, 프레임 레이트 변환, V-Sync와 가변 주사율, PWM 플리커, 입력 지연까지 움직이는 화면을 다루는 엔지니어링을 차례로 살펴본다.
- 주사율·프레임 시간·지속 시간(persistence)을 구분하고, 홀드형 표시에서 모션 블러 폭 \(B = v\,t_p\)를 계산할 수 있다.
- GtG 응답 시간과 MPRT의 차이를 설명하고, LCD 지수 응답과 OLED 응답의 차이를 수치로 비교할 수 있다.
- 오버드라이브 LUT의 원리와 오버슈트(역고스트), 흑삽입·스트로브 백라이트의 크로스토크·휘도 손실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한다.
- 3:2 풀다운 저더, MEMC, 티어링, V-Sync, VRR(G-Sync·FreeSync·LTPO)의 동작을 프레임 타임라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WM 디밍의 플리커 퍼센트·플리커 인덱스를 계산하고 IEEE 1789 권고와 비교하며, 입력 지연의 구성 요소를 분해할 수 있다.
프레임과 주사율: 임펄스형과 홀드형
디스플레이가 보여 주는 동영상은 실제로는 연속된 정지 영상의 나열이다. 1초에 화면을 몇 번 새로 그리는지가 주사율(refresh rate) \(f\)이고, 한 장이 머무는 시간이 프레임 시간(frame time) \(T_f = 1/f\)이다. 60 Hz는 16.7 ms, 120 Hz는 8.33 ms, 240 Hz는 4.17 ms다. 콘텐츠가 1초에 몇 장의 새 영상을 만드는지는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 fps)라고 따로 부른다. 영화는 24 fps, 방송은 30·60 fps, 게임은 GPU 성능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진다. 주사율과 프레임 레이트가 어긋날 때 생기는 문제는 뒤 절(저더, 티어링)에서 다룬다.
한 프레임 동안 화소가 빛을 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CRT는 전자빔이 형광체를 때리는 순간 밝게 빛나고 1~2 ms 안에 거의 꺼진다. 이를 임펄스형(impulse-type) 표시라고 한다. 반면 LCD와 OLED는 각 화소의 저장 커패시터가 다음 주사 때까지 전압을 붙잡고 있어서(5장, 9장) 화소가 프레임 내내 같은 밝기를 유지한다. 이를 홀드형(sample-and-hold) 표시라고 한다.
프레임 안에서 실제로 빛이 나는 시간을 지속 시간(persistence) \(t_p\)라 하고, 프레임 시간에 대한 비율을 듀티(duty) \(D\)라 한다. 홀드형은 \(D \approx 100\%\)이고 CRT는 \(D \approx 5\sim10\%\)다. 모션 화질은 주사율보다 지속 시간에 더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다음 절에서 그 이유를 본다.
| 주사율 | 프레임 시간 | 홀드 블러 @ 960 px/s | 대표 기기·콘텐츠 |
|---|---|---|---|
| 24 Hz | 41.7 ms | 40 px | 영화(24p) |
| 60 Hz | 16.7 ms | 16 px | 일반 모니터·노트북·보급형 스마트폰 |
| 90 Hz | 11.1 ms | 10.7 px | VR 헤드셋, 일부 스마트폰 |
| 120 Hz | 8.33 ms | 8 px | 플래그십 스마트폰, TV, 노트북 |
| 144~165 Hz | 6.9~6.1 ms | 6.7~5.8 px | 게이밍 모니터 |
| 240 Hz | 4.17 ms | 4 px | e스포츠 모니터(LCD·OLED) |
| 360~480 Hz | 2.78~2.08 ms | 2.7~2 px | 최신 고주사율 QD-OLED·WOLED·TN 모니터 |
홀드형은 같은 평균 휘도를 낮은 순간 휘도로 낼 수 있어 효율이 좋고 소자 수명에 유리하며, 플리커가 원리적으로 없다. 대신 움직이는 영상에서 번짐이 생긴다. CRT의 선명한 모션을 홀드형에서 되찾으려는 노력(고주사율, 흑삽입, 스트로브 백라이트)이 이 장의 큰 줄기다.
홀드형 모션 블러: 눈이 따라가며 생기는 번짐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눈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시선이 물체를 부드럽게 따라가는 추종 안구 운동(smooth pursuit)을 하며, 초당 수십 도까지의 움직임을 거의 오차 없이 쫓는다. 실제 세계의 물체는 연속으로 움직이므로 눈이 쫓아가면 망막 위 상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선명하게 보인다.
홀드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화면 속 물체는 한 프레임 동안 한 자리에 멈춰 있다가 다음 프레임에 한 번에 점프한다. 그런데 눈은 물체의 평균 속도로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한 프레임 동안 망막 위 상이 \(v\cdot T_f\)만큼 쓸려 지나가고, 망막은 이 움직임을 시간 적분해 번진 상으로 인식한다. 카메라 셔터를 연 채 카메라를 흔든 것과 같다. 이것이 홀드형 모션 블러(hold-type motion blur)이고, 화소 응답이 무한히 빨라도 생긴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량적으로, 망막 위 상은 원래 영상에 폭 \(v\,t_p\)인 상자형 커널을 컨볼루션한 것과 같다. 시간에 대한 발광 파형 \(h(t)\)가 공간 커널 \(h(x/v)\)로 바뀌는 것이다. 화소 응답이 느리면 상자의 가장자리가 지수 꼬리로 더 늘어난다.
예제. 블러버스터스 UFO 테스트처럼 960 px/s로 움직이는 물체를 60 Hz 홀드형 화면에서 보면 \(B = 960 \times 16.7\ \text{ms} = 16\ \text{px}\)이다. 120 Hz면 8 px, 240 Hz면 4 px로 줄어든다. 흔히 쓰는 경험칙은 "지속 시간 1 ms = 1000 px/s에서 1 px 블러"다. 스마트폰에서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크롤하면 화면 속도가 2000~4000 px/s에 이르므로, 60 Hz에서는 글자가 33~67 px나 번져 읽을 수 없고 120 Hz에서도 17~33 px가 번진다.
움직이는 물체와 망막 이미지
고정된 카메라로 화면을 찍으면 홀드 블러가 보이지 않는다. 블러는 화면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 안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MPRT는 눈의 추적을 흉내 내는 추적 카메라(pursuit camera)로 측정한다. 카메라를 물체 속도로 레일 위에서 움직이거나, 고속 카메라 영상을 프레임마다 어긋나게 쌓아 합성한다(18장).
반대로 시선을 화면의 한 점에 고정하고 빠른 물체를 보면 번짐 대신 프레임마다 띄엄띄엄 놓인 여러 개의 상(팬텀 어레이, phantom array)이 보인다. 마우스 커서를 빠르게 돌리면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이 그 예다. 간격은 \(v/f\)이므로 주사율을 올리면 두 문제(추적 시 블러, 고정 시 계단)가 함께 줄어든다. 듀티만 줄이면 블러는 줄지만 계단은 그대로라, 1000 Hz 이상의 초고주사율이 궁극의 해법으로 거론된다.
응답 시간: 화소가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
홀드 블러는 "화소가 즉시 바뀐다"고 가정한 결과다. 실제 화소는 새 값으로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 계조에서 다른 계조로 휘도가 바뀌는 시간을 GtG 응답 시간(gray-to-gray response time)이라 하며, 보통 전이 폭의 10%에서 90%까지 걸린 시간으로 정의한다. 예전 규격(ISO 13406-2)은 흑→백→흑 왕복 시간을 썼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중간 계조 전이가 대부분이라 GtG가 표준이 되었다. 측정할 때는 여러 계조 쌍(예: 0, 63, 127, 191, 255의 20개 전이)의 평균과 최댓값을 함께 본다.
LCD. 액정 분자는 점성 유체 속의 막대처럼 회전한다(6장). 전압을 걸 때(on)는 전기 토크가 분자를 돌리고, 전압을 뺄 때(off)는 배향막의 탄성 복원력만으로 돌아온다. 1차 근사로 두 시정수는 다음과 같다.
중요한 것은 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tau_{on}\)은 구동 전압 \(V\)가 문턱 근처일수록(어두운 계조) 급격히 길어진다. VA 패널은 흑에서 어두운 회색으로 가는 전이가 특히 느려서 어두운 장면에서 검은 꼬리가 끌리는 블랙 스미어링(black smearing)이 생긴다.
OLED. OLED 화소의 빛은 전류가 흐르는 즉시 나온다. 엑시톤 수명은 형광 ns, 인광 ~1 µs 수준(8장)이므로, 응답은 구동 TFT의 게이트 전압이 새 값으로 충전되는 시간(수 µs)이 결정한다. 그래서 OLED의 GtG는 0.03~0.1 ms로 LCD보다 두 자릿수 빠르다. 다만 응답이 빨라도 홀드형이므로 모션 블러는 여전히 지속 시간이 결정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 기술 | 응답 기구 | 전형적 GtG | 모션 특성 |
|---|---|---|---|
| CRT | 형광체 발광 감쇠 | (지속 1–2 ms) | 임펄스형, 블러 거의 없음, 60–85 Hz 플리커 |
| TN LCD | 트위스트 액정 회전 | 1–3 ms (OD) | 빠르지만 시야각·색 열세 |
| IPS LCD | 면내 회전 | 3–5 ms (Fast IPS 1–2) | 전이별 편차 작음 |
| VA LCD | 수직 배향 기울어짐 | 4–8 ms, 어두운 전이 10–20+ ms | 블랙 스미어링, 높은 명암비 |
| OLED | TFT 게이트 충전 + 즉시 발광 | 0.03–0.1 ms | 홀드 블러만 남음, 저계조 첫 프레임 오차 |
| 마이크로LED | 무기 LED (ns급) | < 0.01 ms | 구동 회로·PWM 방식이 좌우 (10장) |
계조 전이 응답 곡선
제품 사양의 1 ms는 대개 가장 강한 오버드라이브 모드에서 가장 유리한 전이 하나를 잰 값이다. 그 모드에서는 오버슈트(다음 절)가 커서 실제 화질은 오히려 나쁠 수 있다.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여러 전이의 평균 GtG, 오버슈트 비율, 그리고 주사율별 결과를 함께 봐야 한다. VESA ClearMR 같은 인증은 응답과 홀드를 함께 반영한 "선명한 픽셀 비율"로 모션 선명도를 등급화한다.
오버드라이브: 목표보다 세게 밀어 빨리 도착시키기
액정은 느리지만 걸어 준 전압이 클수록 빨리 돈다. 그렇다면 목표 계조에 해당하는 전압보다 더 큰 전압을 첫 프레임에만 걸어서, 프레임이 끝날 때쯤 정확히 목표에 도달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버드라이브(overdrive, OD; RTC: response time compensation)다. 엘리베이터가 목표 층 직전까지 빠르게 달리다 멈추는 것과 비슷하다.
구현은 이렇다. 타이밍 컨트롤러(TCON, 14장)가 직전 프레임을 메모리에 저장해 두고, 각 화소마다 (이전 계조, 현재 계조) 쌍으로 OD LUT를 조회해 실제 구동 계조를 정한다. 표 전체(256×256)를 저장하는 대신 17×17이나 33×33 격자만 저장하고 사이를 쌍선형 보간한다. 1차 지수 모델에서 "한 프레임 끝에 정확히 목표에 도달"하는 이상적 구동값은 다음과 같다.
OD가 너무 약하면 응답이 덜 끝나 이전 영상의 흔적이 고스트(ghosting)로 남는다. 너무 세면 휘도가 목표를 지나쳤다 돌아오는 오버슈트(overshoot)가 생기고, 움직이는 물체 가장자리에 원래보다 밝거나 어두운 테두리, 즉 역고스트(inverse ghosting, coronas)가 나타난다. 모니터 OSD의 "응답 속도: 보통/빠름/최고" 단계는 사실상 이 LUT의 강도를 고르는 것이다.
오버드라이브 강도와 오버슈트
LUT는 특정 프레임 시간 \(T_f\)에 맞춰 튜닝된다. 가변 주사율(뒤 절)에서는 \(T_f\)가 매 프레임 바뀌므로 144 Hz에 맞춘 LUT를 60 Hz 구간에 쓰면 오버슈트가 커진다(프레임이 길어 목표를 지나쳐 버림). 그래서 고급 게이밍 모니터는 현재 프레임 시간에 따라 여러 LUT를 보간하는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쓴다. OLED는 OD가 필요 없지만, 저계조에서 구동 TFT의 기생 용량 때문에 첫 프레임 휘도가 모자라는 현상을 보상하는 비슷한 LUT를 쓰기도 한다.
흑삽입과 스트로브 백라이트
주사율을 올리지 않고도 지속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프레임의 일부 동안 화면을 꺼서 홀드형을 임펄스형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OLED는 화소의 발광 제어 트랜지스터(EM 신호)로 프레임 일부를 끄는 흑삽입(BFI: black frame insertion)을 쓰고, 그 꺼진 구간이 화면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굴러 내려가는 롤링 스캔(rolling scan) 방식도 있다. LCD는 액정 자체를 빨리 끌 수 없으므로 백라이트를 꺼 두었다가 액정 전이가 끝난 뒤에 짧게 번쩍 켜는 스트로브 백라이트(strobed backlight; ULMB, DyAc, ELMB 등)를 쓴다(7장).
흑삽입의 대가는 분명하다. 첫째, 평균 휘도가 듀티만큼 줄어든다. 25% 듀티로 같은 밝기를 내려면 순간 휘도를 4배로 올려야 하고, OLED에서는 전류 밀도가 올라가 효율 저하와 수명 단축(8장, 9장)을 부른다. 둘째, 빛이 주사율로 깜빡이므로 60 Hz BFI는 많은 사람에게 플리커로 보인다. 100~120 Hz 이상에서야 편안하다. 셋째, 스트로브는 콘텐츠 프레임 레이트가 주사율과 정확히 같아야 효과가 있다. 120 Hz 스트로브에서 60 fps 게임을 돌리면 같은 영상이 두 번 번쩍여 이중상이 보인다.
스트로브 백라이트 타이밍과 크로스토크
120 Hz에서 1 ms 플래시는 MPRT 1 ms, 즉 960 px/s에서 약 1 px 블러로 CRT에 버금간다. 하지만 듀티가 12%이므로 백라이트는 상시 대비 8배 밝게 번쩍여야 같은 밝기가 난다. 실제 제품들은 스트로브 모드에서 밝기가 100~150 nits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스트로브는 주로 e스포츠용으로 쓰인다. VR 헤드셋(17장)은 머리 회전 속도가 매우 빨라 거의 모두 저지속(1~2 ms) 구동을 쓴다.
프레임 레이트 변환: 3:2 풀다운, 저더, 모션 보간
콘텐츠의 프레임 레이트와 디스플레이 주사율이 정수배가 아니면 프레임마다 화면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24 fps 영화를 60 Hz 화면에 보여 주는 3:2 풀다운(3:2 pulldown)이다. 24와 60의 비는 2:5이므로 원본 두 장을 리프레시 다섯 번에 나눠 담는다. 한 장은 3번(50 ms), 다음 장은 2번(33.3 ms) 반복한다.
용어를 정리하자. 저더(judder)는 프레임 표시 간격이 불균일해서 생기는 주기적 덜컹거림이고, 스터터(stutter)는 낮은 프레임 레이트 자체(24 fps는 41.7 ms마다 한 번 갱신)에서 오는 끊김이다. 120 Hz 5:5 변환은 저더를 없애지만 24p 고유의 스터터와 41.7 ms 홀드 블러는 그대로다. 유럽 PAL 방송은 24p 영화를 4% 빠르게 재생해 25p로 만든 뒤 50 Hz에 2:2로 보냈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원본 프레임 사이의 중간 프레임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TV의 MEMC(motion estimation / motion compensation)는 블록 정합이나 광학 흐름으로 움직임 벡터를 추정하고, 그 벡터를 따라 화소를 옮겨 보간 프레임을 합성한다. 저더와 홀드 블러가 함께 줄지만, 움직이는 물체 주변에 깨진 테두리(헤일로 아티팩트)가 생기고, 영화가 비디오처럼 지나치게 매끄러워 보이는 소프 오페라 효과(soap opera effect)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감독 의도를 지키는 "필름메이커 모드"는 MEMC를 끈다.
프레임 타임라인: 3:2 풀다운 · 5:5 · MEMC
티어링, V-Sync, 가변 주사율(VRR)
게임에서는 GPU가 한 프레임을 그리는 시간이 장면마다 다르다. 반면 일반 디스플레이는 정해진 주기로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주사(scanout)한다(5장, 14장). GPU가 다 그린 영상을 곧바로 화면 버퍼에 교체(flip)하면, 주사가 한창 진행 중인 위치를 경계로 위쪽은 이전 프레임, 아래쪽은 새 프레임이 보인다. 이 경계가 티어링(tearing)이다. 수평으로 움직이는 화면에서 특히 눈에 띈다.
V-Sync는 버퍼 교체를 VBlank까지 미뤄 티어링을 없앤다. 대가는 두 가지다. 완성된 프레임이 VBlank를 기다리는 만큼 지연이 늘고, 렌더 시간이 프레임 시간을 조금만 넘어도 그 프레임은 다음 VBlank로 밀린다. 이중 버퍼에서는 60 Hz 화면의 실효 프레임 레이트가 60 → 30 → 20 fps로 계단식으로 떨어지고, 그 사이를 오가면 표시 간격이 16.7 ms와 33.3 ms로 뒤섞이는 스터터가 생긴다. 삼중 버퍼는 GPU가 쉬지 않게 해 주지만 지연은 더 늘 수 있다.
가변 주사율(VRR: variable refresh rate)은 발상을 뒤집는다. 디스플레이가 고정 주기로 주사하는 대신, 수직 블랭킹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GPU의 프레임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사를 시작한다. NVIDIA G-Sync(전용 모듈에서 시작), AMD FreeSync와 VESA Adaptive-Sync(DisplayPort), HDMI 2.1 VRR이 모두 같은 원리다. 픽셀 클록은 그대로 두고 블랭킹 길이만 바꾸므로 한 번의 주사 자체는 최고 주사율 속도로 진행된다.
스마트폰의 LTPO 가변 주사율은 목적이 조금 다르다. 정지 화면이나 영상 재생 중에 주사율을 1~10 Hz까지 낮춰 구동 전력을 아낀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누설 전류가 극히 작은 산화물 TFT로, 화소 전압을 1초 가까이 유지한다(4장). 단, 주사율이 낮아지면 OLED 화소의 미세한 누설과 구동 TFT 히스테리시스 때문에 휘도가 조금씩 변해 저주파 플리커가 보일 수 있어, 화소 회로와 보상 알고리즘이 함께 설계된다.
| 방식 | 티어링 | 추가 지연 | 스터터 | 비고 |
|---|---|---|---|---|
| V-Sync off | 있음 | 최소 | 적음(티어로 대체) | e스포츠 선수 선호 |
| V-Sync on (이중 버퍼) | 없음 | 0.5~1+ 프레임 | 렌더 > T_f일 때 큼 | 60→30 fps 계단 |
| 삼중 버퍼 / 빠른 동기화 | 없음 | 방식에 따라 다름 | 중간 | GPU 유휴 방지 |
| VRR (G-Sync, FreeSync) | 없음(범위 안) | 거의 없음 | 적음 | 범위 밖에서는 LFC 또는 V-Sync로 전환 |
GPU 프레임 타임라인: V-Sync off / on / VRR
PWM 디밍과 플리커
화면 밝기를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발광 전류 자체를 줄이는 DC 디밍과, 전류는 그대로 두고 빠르게 껐다 켜서 켜진 시간 비율(듀티)로 평균 밝기를 조절하는 PWM 디밍(pulse width modulation)이다. OLED는 낮은 밝기에서 PWM을 많이 쓴다. 아주 작은 전류에서는 구동 TFT 문턱 전압 편차가 상대적으로 커져 얼룩(무라)과 색 틀어짐이 심해지기 때문이다(9장). 화소 회로의 발광 제어(EM) 트랜지스터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러 번 꺼지고 켜지며, 그 주파수는 240 Hz(초기 스마트폰), 480 Hz, 최근에는 1920~3840 Hz의 "고주파 PWM"까지 다양하다. LCD는 백라이트 LED를 PWM으로 구동하는 경우가 많고, "플리커 프리" 모니터는 DC 디밍이나 수십 kHz PWM을 쓴다(7장).
플리커는 시간 변조의 크기와 주파수로 평가한다. 가장 흔한 두 지표는 다음과 같다.
IEEE 1789-2015는 LED 조명에 대해 주파수별 변조 깊이 권고를 제시한다. 저위험: 90 Hz 미만에서 \(\text{Mod}\% < 0.025 f\), 90~1250 Hz에서 \(\text{Mod}\% < 0.08 f\), 1250 Hz 이상은 제한 없음. 무영향: 90 Hz 미만 \(0.01 f\), 90~3000 Hz \(0.0333 f\), 3000 Hz 이상 제한 없음. 디스플레이용 규격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플리커 평가의 기준선으로 널리 쓴다. 이 기준으로 보면 100% 깊이 PWM은 1250 Hz 이상이어야 저위험, 3000 Hz 이상이어야 무영향 구간에 든다.
PWM 파형, 플리커 지표와 IEEE 1789 위험 영역
3~30 Hz의 강한 깜빡임, 특히 넓은 면적의 적색 깜빡임은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방송·게임의 하딩 테스트, WCAG의 "초당 3회 이하" 규칙). 이 페이지의 시뮬레이터는 그래서 실제 깜빡임을 기본으로 보여 주지 않고, 미리보기도 1.5 Hz 이하의 저대비로 제한했다. 고주파 PWM은 의식적으로 보이지 않아도 일부 사람에게 눈의 피로·두통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어, 최근 스마트폰은 저휘도에서도 DC에 가까운 디밍이나 고주파 PWM을 택하는 추세다.
입력 지연: 클릭에서 광자까지
게임과 터치 UI에서는 화면이 얼마나 늦게 반응하는지도 모션 화질의 일부다. 마우스를 클릭한 순간부터 화면의 빛이 바뀔 때까지의 시간을 엔드투엔드 지연(end-to-end latency, click-to-photon)이라 하며, 여러 단계의 지연이 더해진 값이다. 디스플레이 쪽만 떼어 낸 값이 흔히 말하는 입력 지연(input lag)이다.
예제. 60 Hz TV를 기본 화질 모드로 쓰고 V-Sync를 켠 콘솔 게임: 폴링 4 + CPU 4 + GPU 17 + 큐 25(VBlank 대기 반 프레임 + 쌓인 한 프레임) + 영상 처리 70 + 스캔아웃 8 + 응답 3 ≈ 131 ms. 같은 TV의 게임 모드(ALLM, HDMI 2.1의 자동 저지연 모드)로 바꾸면 처리 지연이 10 ms 안팎으로 줄어 약 70 ms가 된다. 240 Hz OLED 모니터, 1000 Hz 마우스, VRR, 200 fps라면 0.5 + 4 + 5 + 0 + 1 + 2.1 + 0.1 ≈ 13 ms까지 내려간다.
입력 지연 예산 쌓아 보기
표준 방법은 입력 신호(마우스 클릭 스위치 또는 LED)와 화면에 붙인 포토다이오드를 같은 오실로스코프로 보는 것이다. NVIDIA LDAT 같은 장비가 이를 자동화한다. 디스플레이 단독 지연은 신호 발생기의 동기 신호 대비 화면 위·중앙·아래의 광 변화 시점으로 측정한다. 응답 시간과 지연을 구분하려면 "광이 변하기 시작한 시점"과 "90%에 도달한 시점"을 따로 기록한다.
핵심 정리
- 프레임 시간 \(T_f = 1/f\). LCD·OLED는 다음 주사까지 밝기를 유지하는 홀드형, CRT는 짧게 빛나는 임펄스형이다.
- 눈이 물체를 쫓을 때 홀드형 화면의 블러 폭은 \(B = v\,t_p = v\,D/f\). 1 ms 지속 = 1000 px/s에서 1 px. 블러는 화소 응답이 무한히 빨라도 생긴다.
- MPRT는 추적 카메라로 측정한 블러 에지 시간으로, 지속 시간과 응답 시간이 함께 결정한다. GtG는 계조 전이의 10→90% 시간이다.
- LCD 응답은 \(\tau \propto \gamma_1 d^2\)인 지수 응답이고 어두운 전이(VA)가 특히 느리다. OLED의 GtG는 0.1 ms 미만이지만 홀드 블러는 그대로다.
- 오버드라이브는 (이전, 현재) 계조 LUT로 첫 프레임에 더 큰 구동을 준다. 부족하면 고스트, 과하면 오버슈트(역고스트). 최적값은 프레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 흑삽입·스트로브는 MPRT를 \(D\,T_f\)로 줄이지만 휘도가 \(D\)배로 줄고, 플리커와 (LCD에서는) 주사 위치별 크로스토크가 생긴다.
- 24p→60 Hz 3:2 풀다운은 50/33 ms 불균일 표시로 저더를 만든다. 24의 배수 주사율은 저더를 없애고, MEMC는 보간으로 저더·블러를 줄이지만 헤일로와 소프 오페라 효과를 낳는다.
- 주사 중 버퍼 교체는 티어링, V-Sync는 지연과 60→30 fps 스터터, VRR은 디스플레이가 프레임을 기다려 둘 다 피한다. 범위 아래에서는 LFC가 프레임을 반복한다.
- PWM 디밍의 플리커는 퍼센트 플리커와 플리커 인덱스(사각파에서 \(1-D\))로 평가하며, IEEE 1789 기준으로 100% 깊이 PWM은 1.25 kHz 이상이어야 저위험이다.
- 입력 지연 = 폴링 + CPU + GPU + 큐 + 영상 처리 + 스캔아웃(중앙 ½ 프레임) + 화소 응답. TV에서는 영상 처리, 게이밍 환경에서는 프레임 레이트와 동기화가 지배한다.
확인 퀴즈
1. 1200 px/s로 움직이는 물체를 120 Hz 홀드형(듀티 100%) OLED에서 눈으로 쫓아볼 때 블러 폭은 대략?
2. 60 Hz 화면에서 듀티를 25%로 하는 흑삽입을 켰다. 같은 평균 휘도를 유지하려면?
3. 1차 지수 응답(시정수 τ)인 화소의 GtG(10→90%)는?
4. 오버드라이브 강도를 지나치게 높였을 때 움직이는 물체 주변에 나타나는 현상은?
5. 24p 영화를 60 Hz 화면에서 3:2 풀다운으로 볼 때 원본 프레임들의 표시 시간은?
6. 60 Hz 디스플레이에서 이중 버퍼 V-Sync를 켜고 렌더 시간이 18 ms로 일정한 게임을 돌리면 표시 프레임 레이트는?
7. 0/100% 사각파 PWM(밝기 20%, 듀티 0.2)의 퍼센트 플리커와 플리커 인덱스는?
8. 스마트폰의 LTPO 디스플레이가 정지 화면에서 주사율을 1 Hz까지 낮출 수 있는 핵심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