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디스플레이(LCD)
LCD는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뒤에서 항상 켜져 있는 백라이트 앞에 놓인 "전압으로 조절하는 편광 셔터" 수백만 개가 빛을 얼마나 통과시킬지 정한다. 그 셔터의 핵심은 흐르면서도 결정처럼 방향성을 갖는 물질, 액정이다. 이 장에서는 액정의 복굴절이 편광을 어떻게 바꾸는지 존스 행렬로 계산해 보고, TN·VA·IPS 세 가지 모드의 전압–투과율 특성, 응답 시간, 시야각, 광효율, 명암비까지 하나의 광학 모델로 연결한다.
- 네마틱 액정의 디렉터와 질서 변수, 유전 이방성 Δε와 복굴절 Δn의 의미를 설명한다.
- 말뤼스 법칙과 위상 지연 Γ = 2πΔn·d/λ로 편광판 사이 투과율을 계산하고, 존스 행렬을 쓸 줄 안다.
- LCD 셀의 적층 구조와 TN·VA·IPS/FFS 모드의 동작 원리(노멀리 화이트/블랙)를 비교한다.
- 프레데릭스 전이 문턱전압과 응답 시간 τ ∝ γd²/K를 이용해 셀 설계의 트레이드오프를 따진다.
- 시야각에 따른 명암비·감마 변화와 보상 필름의 역할, 약 5%에 불과한 광효율과 블랙 누설의 원인을 안다.
액정: 흐르는 결정
1888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라이니처는 콜레스테롤 유도체를 가열하다가 이상한 현상을 봤다. 145 °C에서 녹은 결정이 뿌옇게 흐린 액체가 되었다가, 179 °C가 되어서야 투명한 액체로 바뀐 것이다. 두 녹는점 사이의 이 뿌연 상태가 바로 액정(Liquid Crystal)이다. 분자들은 액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만(위치 질서 없음), 길쭉한 분자의 방향은 대체로 한쪽을 향한다(방향 질서 있음). 이 "흐르면서도 방향성이 있는" 성질 덕분에 전압으로 분자 방향을 쉽게 돌릴 수 있고, 방향에 따라 빛이 다르게 지나간다.
디스플레이에 쓰는 것은 대부분 막대 모양 분자로 된 열방성 액정(Thermotropic LC)이고, 온도에 따라 여러 상(Mesophase)을 거친다. 층 구조까지 남아 있는 스멕틱, 방향 질서만 남은 네마틱, 네마틱 방향이 나선형으로 꼬인 콜레스테릭(키랄 네마틱)이 대표적이다. LCD 패널은 거의 모두 네마틱 상을 쓰는데, 점도가 낮아 응답이 빠르고 배향을 제어하기 쉽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릭은 나선 피치에 따라 특정 색을 반사하므로 전자종이나 온도 센서 필름에 쓰인다.
디렉터와 질서 변수
각 분자의 장축 방향은 열운동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 평균 방향을 단위 벡터 디렉터(Director) \(\hat{n}\)로 나타낸다. \(\hat n\)과 \(-\hat n\)은 구별하지 않는다(분자의 머리·꼬리가 무작위로 섞여 있으므로). 분자들이 디렉터 둘레에 얼마나 잘 모여 있는지는 질서 변수(Order Parameter) \(S\)로 잰다.
질서 변수가 중요한 이유는 액정의 거의 모든 이방성 물성, 즉 복굴절 \(\Delta n\), 유전 이방성 \(\Delta\varepsilon\), 탄성 상수 \(K\)가 \(S\)에 비례하거나 \(S^2\)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패널 온도가 올라가면 \(S\)가 줄어 \(\Delta n\)이 작아지고, 같은 셀 갭에서 위상 지연이 달라져 색과 휘도가 변한다. 자동차용 LCD가 투명점 100 °C 이상의 액정을 쓰는 이유다.
온도와 질서 변수: 분자 막대의 열운동
두 가지 이방성: Δn과 Δε
막대 분자는 장축 방향과 단축 방향으로 전자 구름이 다르게 분포한다. 그래서 빛의 전기장이 장축에 나란히 진동할 때와 수직으로 진동할 때 느끼는 굴절률이 다르다. 장축 방향 굴절률을 \(n_e\)(이상광, extraordinary), 수직 방향을 \(n_o\)(정상광, ordinary)라 하고 그 차이를 복굴절(Birefringence) \(\Delta n = n_e - n_o\)라 한다. 마찬가지로 저주파 전기장에 대한 유전율도 \(\varepsilon_\parallel\)와 \(\varepsilon_\perp\)로 다르며, 그 차이가 유전 이방성(Dielectric Anisotropy) \(\Delta\varepsilon = \varepsilon_\parallel - \varepsilon_\perp\)이다.
Δn은 빛을 "다루는" 손잡이이고 Δε는 전압으로 분자를 "돌리는" 손잡이다. 전기장 \(E\) 안에서 단위 부피당 유전 에너지는 \(-\tfrac12\varepsilon_0\Delta\varepsilon(\hat n\cdot\vec E)^2\)이므로, \(\Delta\varepsilon>0\)이면 디렉터가 전기장에 평행하게, \(\Delta\varepsilon<0\)이면 수직하게 눕는다. 이 부호 차이가 TN·IPS(양의 Δε)와 VA(음의 Δε) 모드를 가른다. 실제 상용 액정은 한 종류 분자가 아니라 10–20종을 섞은 혼합물로, Δn·Δε·점도·투명점·신뢰성(전압 유지율)을 동시에 맞춘다.
| 물성 | 기호 | TN용 | IPS/FFS용 | VA용 | 의미 |
|---|---|---|---|---|---|
| 복굴절 (589 nm) | Δn | 0.09–0.13 | 0.10–0.12 | 0.08–0.11 | 위상 지연 Δn·d를 정함 |
| 유전 이방성 | Δε | +5 ~ +12 | +3 ~ +10 | −3 ~ −5 | 구동 전압(문턱전압) |
| 스플레이/벤드 탄성 | K₁₁ / K₃₃ | 11 / 15 pN | 12 / 14 pN | 13 / 15 pN | 복원력, 문턱전압 |
| 트위스트 탄성 | K₂₂ | 6–7 pN | 6–7 pN | 6–7 pN | IPS 문턱전압 |
| 회전 점도 | γ₁ | 80–150 mPa·s | 60–120 mPa·s | 100–150 mPa·s | 응답 시간 |
| 투명점 | TNI | 80–100 °C | 75–95 °C | 75–90 °C | 동작 온도 상한 |
4절에서 볼 파장판(Wave Plate)은 복굴절 결정을 일정 두께로 깎아 편광을 바꾸는 광학 부품이다. 액정층도 수 µm 두께의 복굴절 판인데, 광축(디렉터)의 방향을 수 볼트 전압으로 바꿀 수 있다. LCD의 모든 모드는 이 "가변 파장판"을 두 장의 편광판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다.
편광과 편광판
빛은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전자기파다. 태양이나 LED에서 나온 빛은 진동 방향이 무작위로 섞인 비편광(Unpolarized) 상태다. 전기장이 한 평면 안에서만 진동하면 선편광(Linear Polarization), 전기장 끝이 원이나 타원을 그리며 돌면 원편광·타원편광이다. LCD는 "편광의 방향"을 정보로 쓰므로 빛을 먼저 선편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편광판(Polarizer)이 한다.
디스플레이용 편광판은 대부분 요오드를 흡착시킨 PVA(폴리비닐알코올) 필름을 5–6배 길게 늘인 것이다. 늘이는 방향으로 PVA 고분자 사슬과 폴리요오드 이온(I₃⁻, I₅⁻) 사슬이 줄지어 서고, 사슬 방향으로 진동하는 전기장은 전자를 흔들어 흡수되지만 수직 방향 전기장은 거의 그대로 통과한다. 즉 연신 방향이 흡수축, 그 수직이 투과축이다. PVA는 물에 약하므로 양쪽을 TAC(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 보호 필름으로 감싸고 점착층으로 유리에 붙인다.
말뤼스 법칙
선편광된 빛이 투과축이 \(\theta\)만큼 기울어진 두 번째 편광판(검광자(Analyzer))을 만나면, 전기장의 투과축 성분 \(E_0\cos\theta\)만 통과한다. 세기는 진폭의 제곱이므로 다음 말뤼스 법칙(Malus's Law)이 성립한다.
두 장의 편광판과 말뤼스 법칙: 빛의 진행
액정은 편광 상태를 바꿀 뿐 빛의 세기를 직접 바꾸지 못한다. 하부 편광판이 "기준 편광"을 만들고, 액정이 그 편광을 전압에 따라 회전·변조하며, 상부 편광판(검광자)이 편광 변화를 밝기 변화로 바꾼다. 상부 편광판을 떼어 낸 LCD는 화면이 그냥 하얗게 보인다. 편광 선글라스를 쓰고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면 특정 각도에서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13장).
복굴절과 위상 지연
디렉터가 기판에 나란히 누운 액정층에 선편광을 비추면, 전기장은 디렉터 방향 성분(굴절률 \(n_e\))과 수직 성분(\(n_o\))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한다. 두께 \(d\)를 지나는 동안 느린 성분(slow axis, \(n_e\))은 빠른 성분(fast axis)보다 광경로가 \(\Delta n\,d\)만큼 길어지고, 두 성분 사이에 위상 지연(Retardation)이 생긴다.
직교 편광판 사이의 투과율과 존스 행렬
편광 상태를 2성분 복소 벡터 \(\mathbf{E} = (E_x, E_y)^T\)로 쓰고, 각 광학 소자를 2×2 행렬로 표현하는 방법이 존스 계산법(Jones Calculus)이다. 빠른 축이 x축과 \(\varphi\)만큼 기울어진 위상 지연판의 존스 행렬은 회전 행렬 \(\mathbf R(\varphi)\)로 좌표를 돌린 뒤 축 방향 위상차를 주고 다시 되돌린 것이다.
여러 층이 겹친 셀(꼬인 액정, 보상 필름)은 각 층의 행렬을 순서대로 곱하면 된다. 아래 시뮬레이터의 오른쪽 그래프는 같은 계산을 380–700 nm 전 파장에 대해 반복하고, 등색 함수로 적분해 직교 편광판 사이에서 보이는 간섭색(Michel-Lévy 색)을 만든다. 셀 갭이 조금만 달라져도 흰색이 노랗거나 푸르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LCD 셀 갭을 ±0.1 µm 이내로 관리하는 이유다.
위상 지연판: 편광 타원과 간섭색
\(\Gamma\)에는 \(1/\lambda\)가 들어 있고 \(\Delta n\) 자체도 파장이 짧을수록 커진다(정상 분산). 그래서 녹색(550 nm)에서 λ/2로 맞춘 셀은 청색에서 위상차가 너무 크고 적색에서는 모자라, 투과율이 파장마다 다르다. LCD 설계는 녹색에 최적화하고 남은 색 편차를 컬러필터 투과 스펙트럼과 감마 보정으로 맞춘다. OLED의 반사 방지 원편광판(13장)은 반대로 \(\Gamma\)가 \(\lambda\)에 비례하는 역파장 분산 λ/4 필름을 써서 모든 색에서 원편광을 만든다.
LCD 셀의 구조
LCD 패널은 두 장의 유리 사이에 3–4 µm 두께의 액정을 가두고, 바깥쪽에 편광판을 붙인 샌드위치다. 아래쪽 TFT 기판(Array Substrate)에는 화소마다 박막 트랜지스터와 투명 화소 전극(ITO)이 있고(4장, 5장), 위쪽 컬러필터 기판(CF Substrate)에는 R/G/B 컬러필터와 블랙 매트릭스(BM), 공통 전극이 있다. 두 기판 안쪽 면에는 액정 분자의 초기 방향을 정하는 배향막(Alignment Layer)이 코팅된다.
배향막은 폴리이미드(PI)를 얇게(≈ 100 nm) 코팅한 뒤, 벨벳 천을 감은 롤러로 한 방향으로 문지르는 러빙(Rubbing)이나 편광 자외선을 쬐는 광배향(Photo-alignment)으로 표면에 방향성을 준다. 액정 분자는 이 방향을 따라 1–5°의 작은 선경사각(Pretilt Angle)을 두고 눕는다(VA는 수직 배향막을 써서 88–89°로 선다). 선경사각은 전압을 걸었을 때 분자가 어느 쪽으로 일어설지를 미리 정해, 반대 방향으로 기운 영역끼리 만나는 결함선(Disclination)을 막는다.
LCD 셀 분해도: 전압에 따라 돌아가는 액정 분자
Δn·d가 빛의 세기와 색을 정하므로 셀 갭이 0.1 µm(약 3%)만 달라도 투과율과 색좌표가 눈에 띄게 변한다. 패널 전면에 걸쳐 기둥 스페이서 높이, 유리 평탄도, 액정 주입량(ODF, One Drop Filling)을 정밀하게 맞춰야 하며, 이 편차는 화면 얼룩(무라, 18장)의 주요 원인이다.
TN·VA·IPS 모드
같은 "전압으로 돌리는 파장판"이라도 분자의 초기 배향과 전기장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이 조합을 LC 모드(LC Mode)라 한다. 상용화된 주요 모드는 셋이다.
TN: 꼬인 네마틱과 도파 조건
TN 모드(Twisted Nematic)는 하부 배향 방향을 하부 편광판 투과축에, 상부 배향 방향을 상부 편광판에 맞추고 두 방향을 90° 엇갈리게 한다. 액정은 두께 방향으로 90° 꼬인 나선이 된다. 꼬임이 충분히 느리면(\(\Delta n\,d \gg \lambda\)) 빛의 편광은 디렉터를 "따라" 돌아가 90° 회전한 채로 나오므로, 직교 편광판인데도 빛이 통과한다. 이를 도파(Waveguiding) 또는 모갱 조건(Mauguin Condition)이라 한다. 전압을 걸면 분자가 일어서서 꼬임이 풀리고 편광이 회전하지 않아 어두워진다. 전압이 없을 때 밝으므로 노멀리 화이트(Normally White)다.
TN 셀 속 편광 따라가기 (도파와 Gooch–Tarry 곡선)
VA: 수직 배향과 높은 명암비
VA 모드(Vertical Alignment)는 음의 Δε 액정을 수직 배향막으로 세운다. 정면에서 들어온 빛은 디렉터(광축) 방향으로 진행하므로 복굴절을 느끼지 못하고(\(\Delta n_{eff}=0\)), 직교 편광판에 그대로 막힌다. 전압을 걸면 분자가 편광판에 45° 방향으로 눕고 실효 Δn이 생겨 빛이 나온다. 전압이 없을 때 검으므로 노멀리 블랙(Normally Black)이다. 블랙 상태의 분자 배열이 거의 완벽하게 균일해 명암비가 3000–6000:1로 가장 높아 TV와 곡면 모니터에 주로 쓴다. 분자가 눕는 방향을 화소 안에서 4–8 방향으로 나누는 멀티 도메인(MVA, PVA, PSA)으로 시야각을 넓힌다.
IPS/FFS: 수평 회전과 넓은 시야각
IPS 모드(In-Plane Switching)는 분자가 늘 기판에 누운 채로, 하부 기판의 빗살 전극 사이 수평 전기장에 의해 면 안에서만 돈다. 0 V에서는 디렉터가 하부 편광판 투과축과 평행해 편광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어둡고(노멀리 블랙), 전압을 걸면 디렉터가 최대 45° 가까이 돌아 \(T = \sin^2 2\varphi\,\sin^2(\pi\Delta n d/\lambda)\)로 빛이 나온다. 분자가 일어서지 않아 비스듬히 봐도 실효 Δn이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시야각이 가장 넓고 색 변화가 작다. FFS(Fringe Field Switching)는 공통 전극을 판 전극으로 깔고 그 위 절연막 위에 슬릿 화소 전극을 두어, 전극 바로 위 분자까지 프린지 전기장으로 돌린다. 개구율과 투과율이 높아 스마트폰·태블릿 LCD의 표준이 되었다.
| 항목 | TN | VA (멀티 도메인) | IPS / FFS |
|---|---|---|---|
| 초기 배향 | 수평 + 90° 트위스트 | 수직 (선경사 88–89°) | 수평, 편광판과 평행 |
| Δε 부호 / 전기장 | + / 수직 | − / 수직 | + (또는 −) / 수평·프린지 |
| OFF 상태 | 노멀리 화이트 | 노멀리 블랙 | 노멀리 블랙 |
| 정면 명암비 | 600–1000:1 | 3000–6000:1 | 1000–1500:1 |
| 시야각 (CR>10) | 좁음, 상하 비대칭·계조 반전 | 넓음 (보상 필름 필수) | 가장 넓음, 색 변화 작음 |
| 응답 시간 (GtG) | 1–5 ms (빠름) | 4–10 ms | 4–8 ms |
| 주 용도 | 저가·고속 게이밍 모니터, 계산기 | TV, 고명암비 모니터 |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사무용·전문가용 모니터 |
전압–투과율 곡선과 프레데릭스 전이
배향막에 고정된 액정은 탄성체처럼 행동한다. 분자 방향을 공간적으로 바꾸려면 세 가지 변형, 즉 부채꼴로 퍼지는 스플레이, 비틀리는 트위스트, 휘는 벤드에 대한 탄성 에너지를 치러야 한다. 각각의 강성이 탄성 상수 \(K_{11}, K_{22}, K_{33}\)(수–수십 pN)이다. 전기장이 주는 유전 토크가 탄성 복원 토크를 이길 때 비로소 분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 문턱 현상을 프레데릭스 전이(Fréedericksz Transition)라 한다.
문턱을 넘은 뒤 분자가 얼마나 기울어지는지는 탄성–유전 토크 균형을 두께 방향으로 푸는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으로 구한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그 결과를 근사한 디렉터 분포(중앙 경사각 \(\theta_m \approx \tanh(1.4\sqrt{V/V_{th}-1})\cdot 90^\circ\), 높은 전압일수록 중앙이 평평해지는 형태)를 셀을 24층으로 나눈 존스 행렬 계산에 넣어 투과율을 낸다. 실제 패널은 이 V–T 곡선(Voltage–Transmittance Curve)의 0–100% 구간을 감마 곡선에 맞게 255단계로 나누어 소스 드라이버 전압을 정한다(12장).
모드별 V–T 곡선: 재료와 셀 설계 바꾸기
곡선이 가파를수록 작은 전압 변화로 큰 휘도 변화를 얻지만, 계조 하나에 해당하는 전압 간격이 수 mV까지 줄어 TFT 킥백 전압, 누설에 의한 전압 강하가 그대로 휘도 오차(플리커, 얼룩)가 된다(5장). 또한 액정은 직류 전압을 오래 받으면 이온이 한쪽으로 몰려 잔상이 생기므로, 프레임마다 극성을 바꾸는 반전 구동(Inversion)으로 교류를 만든다. 투과율은 \(V^2\)에 의존하므로 극성과 무관하다.
응답 시간
액정 분자는 점성 유체 속에서 회전하므로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회전을 방해하는 마찰은 회전 점도(Rotational Viscosity) \(\gamma_1\)로, 되돌리는 힘은 탄성 상수 \(K\)로 나타낸다. 작은 변형에 대해 디렉터 운동 방정식을 풀면 경사각이 지수 함수로 변하며, 시간 상수는 다음과 같다.
핵심은 \(d^2\) 의존성이다. 셀 갭을 3.5 µm에서 2.5 µm로 줄이면 \(\tau_{off}\)가 거의 절반(0.51배)이 된다. 대신 같은 위상 지연을 얻으려면 Δn을 1.4배 키워야 하는데, Δn이 큰 액정은 대개 점도도 크고 자외선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게이밍 모니터용 패널은 고Δn·저점도 액정과 얇은 셀 갭을 함께 개발한다. \(\tau_{on}\)은 구동 전압을 높여 줄일 수 있으므로, 실제 패널은 목표 계조보다 높은 전압을 한 프레임 먼저 주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쓴다. 회색에서 회색으로 가는 GtG 응답은 오버드라이브 없이는 수십 ms까지 늘어나며, 이것이 홀드형 표시의 모션 블러와 겹쳐 화질을 떨어뜨린다(11장).
셀 갭과 응답 시간: 프레임 안에 도달할까?
시야각과 보상 필름
비스듬히 보면 빛이 액정층을 기울어진 경로로 지나간다. 그러면 ① 디렉터와 빛의 진행 방향 사이 각이 달라져 실효 복굴절 \(\Delta n_{eff}\)가 바뀌고, ② 경로가 \(d/\cos\theta\)로 길어지며, ③ 직교 편광판의 투과축이 관찰 방향에서 보면 더 이상 90°가 아니게 된다. 세 효과가 겹쳐 블랙이 뜨고(명암비 저하) 중간 계조의 밝기가 변한다(감마 시프트(Gamma Shift)).
분자 배열에서 생기는 시야각 문제는 반대 부호의 복굴절을 가진 보상 필름(Compensation Film)으로 상쇄한다. VA 블랙 상태의 액정층은 광축이 수직인 양의 복굴절판(+C 플레이트)과 같으므로, 굴절률이 두께 방향으로 작은 −C 플레이트를 붙여 두께 방향 리타데이션 \(R_{th}\)를 지운다. 비스듬한 방향에서 직교 편광판 자체가 새는 문제는 면내 리타데이션을 가진 A 플레이트로 잡는다. 실제로는 이 둘을 한 장의 이축성(Biaxial) 필름으로 만들어 편광판의 TAC 자리에 넣는다. TN은 원판형 액정을 경사지게 굳힌 WV(Wide View) 필름을 쓴다.
시야각 폴라 플롯: 등명암비 지도와 감마 시프트
VA는 정면 명암비가 가장 높지만 옆에서 보면 중간 계조가 밝게 떠서 얼굴 피부색이 하얗게 날아가는 물빠짐(Washout)이 생긴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VA를 고르고 극각을 60°로 두면 감마 곡선이 대각선 위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TV용 VA는 한 서브픽셀을 밝기가 다른 두 영역(고·저 전압)으로 나눈 전하 공유(Charge Sharing)·8도메인 구조로 이 문제를 완화한다.
컬러필터와 광효율
LCD는 "빛을 버려서" 영상을 만든다. 백라이트가 1000 nits로 빛나도 화면 흰색은 50 nits 남짓이다. 손실은 단계마다 곱셈으로 쌓인다. 하부 편광판이 절반 이상(≈58%)을 흡수하고, 화소의 배선·TFT·블랙 매트릭스가 가리는 면적만큼 또 잃으며, 컬러필터는 R/G/B 서브픽셀마다 자기 색 대역 말고는 흡수하므로 백색광의 약 1/3만 통과시킨다.
광 손실 워터폴: 백라이트 100%에서 화면 5%까지
명암비와 블랙 누설
LCD의 명암비는 흰색 휘도를 블랙 휘도로 나눈 값이다. 백라이트는 블랙을 표시할 때도 꺼지지 않으므로, 블랙 휘도는 "셔터가 얼마나 완벽하게 닫히는가"로 정해진다.
VA는 블랙에서 분자가 꼿꼿이 서 있어 \(T_{LC,dark}\)가 거의 0이고, 명암비는 주로 CF 탈편광이 정한다. 그래서 VA용 컬러필터는 안료 입자를 더 미세하게 분산한다. 유리는 원래 복굴절이 없지만 응력을 받으면 \(\Delta n = C\,\sigma\)(광탄성 계수 \(C\approx 3\times10^{-12}\) Pa⁻¹)만큼 복굴절이 생긴다. 패널을 프레임에 고정할 때의 압력이나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이 모서리에 응력을 모으면, 블랙 화면의 네 귀퉁이가 뿌옇게 밝아지는 코너 누설(Corner Light Leakage)이 생긴다. 응력의 주축이 편광판에 45° 기울어진 곳에서 누설이 가장 크다.
블랙 화면 누설 지도: 편광판·탈편광·코너 응력
정면 명암비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셔터 대신 광원을 끄는 것이다. 백라이트를 수백–수천 구역으로 나눠 어두운 영역의 LED 밝기를 낮추는 로컬 디밍(Local Dimming)은 동적 명암비를 수십만:1까지 높이지만, 밝은 물체 주변이 뿌옇게 빛나는 헤일로가 생긴다. 미니LED 백라이트와 디밍 알고리즘은 7장에서, 명암비가 HDR 표현에 미치는 영향은 12장에서 다룬다. 주변광 반사까지 고려한 실사용 명암비는 13장을 보자.
방송용 레퍼런스 모니터 일부는 LCD 패널을 두 장 겹친다. 뒤 패널은 흑백으로 화소 단위 디밍을 하고 앞 패널이 색을 만든다. 명암비는 두 패널 명암비의 곱(1500 × 1500 ≈ 10⁶:1)에 가까워지지만, 광효율이 다시 몇 분의 1로 떨어져 아주 강한 백라이트와 냉각이 필요하다. 또한 두 패널 사이 거리 때문에 비스듬히 보면 시차(Parallax)가 생긴다.
핵심 정리
- 네마틱 액정은 위치 질서 없이 방향 질서만 갖는다. 평균 방향이 디렉터 \(\hat n\), 정렬 정도가 질서 변수 \(S=\langle(3\cos^2\theta-1)/2\rangle\)(상온 0.6–0.7)이며, Δn·Δε·K는 S와 함께 온도에 따라 변한다.
- 복굴절 Δn = ne − no는 빛을 제어하고, 유전 이방성 Δε는 전압으로 분자를 돌린다. Δε>0이면 전기장에 평행(TN, IPS), Δε<0이면 수직(VA)으로 정렬한다.
- 편광판은 비편광의 약 42%만 통과시키고, 두 편광판 사이 세기는 말뤼스 법칙 \(I=I_0\cos^2\theta\)를 따른다. LCD는 직교 편광판 사이의 편광 회전/변조로 밝기를 만든다.
- 위상 지연 \(\Gamma = 2\pi\Delta n d/\lambda\). 직교 편광판 사이 투과율은 \(\sin^2 2\varphi\,\sin^2(\Gamma/2)\)이며, 여러 층은 존스 행렬의 곱으로 계산한다.
- TN은 90° 트위스트의 도파(모갱 조건, 제1 극소 Δn·d ≈ 0.48 µm)를 이용한 노멀리 화이트, VA는 수직 배향의 노멀리 블랙(최고 명암비), IPS/FFS는 면내 회전의 노멀리 블랙(최고 시야각)이다.
- 프레데릭스 문턱전압 \(V_{th}=\pi\sqrt{K/(\varepsilon_0|\Delta\varepsilon|)}\)은 수직 전기장 모드에서 셀 갭과 무관하며 보통 1–2.5 V다. V–T 곡선이 계조 전압을 정한다.
- 응답 시간 \(\tau_{off}=\gamma_1 d^2/(K\pi^2)\)은 셀 갭의 제곱에 비례한다. 상승은 전압을 높여(오버드라이브) 줄인다.
- 비스듬히 보면 실효 Δn·d와 편광판 직교성이 바뀌어 명암비 저하·감마 시프트·계조 반전이 생긴다. 멀티 도메인과 A/C 플레이트 보상 필름으로 완화한다.
- 편광판(≈42%) × 개구율 × CF(≈30%) × 기타 손실로 전체 광효율은 약 5%다. 고해상도일수록 개구율이 떨어진다.
- 블랙 휘도는 편광판 소광비, CF 탈편광, 액정 잔류 위상차, 유리 응력 복굴절(코너 누설)로 정해지며, 근본적 개선은 로컬 디밍(7장)이다.
확인 퀴즈
1. 네마틱 액정의 질서 변수 S가 0이 되는 경우는?
2. 투과축이 0°인 편광판 뒤에 투과축 30°인 편광판을 두었다. 비편광 입사광 대비 최종 세기는?
3. Δn = 0.1인 액정을 직교 편광판 사이에 광축 45°로 두었다. 550 nm에서 첫 번째 투과율 최대가 되는 셀 갭은?
4. TN 모드가 노멀리 화이트인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5. K = 15 pN, |Δε| = 4인 VA 액정의 프레데릭스 문턱전압에 가장 가까운 값은? (ε₀ = 8.85×10⁻¹² F/m)
6.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셀 갭을 4 µm에서 3 µm로 줄이면 감쇠 응답 시간 τoff는?
7. VA 패널을 비스듬히(대각선 방향) 보면 블랙이 뜨는 주된 이유와 대책의 짝으로 옳은 것은?
8. 편광판 42%, 개구율 50%, LC 효율 95%, CF 30%, 상부 편광판 90%, 기타 92%인 스마트폰 LCD에서 화면 500 nits를 내려면 백라이트 휘도는 대략?